일본의 천년 고도(古都) 교토(京都).
교토는 콧대가 높다. 교토 특유의 좁은 골목은 늘 관광객으로 넘쳐나지만 진정한 교토의 매력은 굳게 닫힌 대문 안쪽에서나 접할 수 있다.
게이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오차야(お茶屋)에는 ‘처음 온 손님은 들어갈 수 없다( 一見さんお斷り)’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한 계절을 먼저 느낄 수 있다는 유명 요정의 가이세키 요리는 예약 손님만 입장 가능하며 그것도 한달 정도는 서둘러야 원하는 시점에 맛 볼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현대화된 프랜차이즈 식당이 아닌 적어도 1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시니세(老舖) 요정은 겉으로는 가정집인지 요정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정도. 이런 고고한 매력이 있는 도시가 바로 교토다.
▶ 여행기간 : 2014년 3월 4일 ~ 6일
교토에 왔다면 전통 가이세키 요리는 먹어야 한다. 물론 높은 가격에 예약도 어렵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계절감 충만한 제철 재료의 요리들은 역사가 있는 식기에 담겨져 예술이 된다. 색과 모양, 질감까지 고려한 작고 아기자기한 음식들에는 일본 특유의 ‘디테일’이 담겨져 있다. 이를 지나친다면 교토 여행은 의미가 없다.
시니세 요정 ‘니시진 우오신(西陣魚新)’
<교요리집 특유의 분위기>
<창업은 안세이2년, 즉 1855년>
<요정 2층에 전시된 히나마쯔리 인형>
<디테일이 살아있는 히나마츠리 인형>
<좌식이지만 의자가 있는 방도 있다>
<교요리집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
1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니세 요정 ‘니시진 우오신(西陣魚新)’의 점심 식사 또한 그러했다. 교토를 대표하는 유소쿠료리, 즉 궁중요리 전문점이다. 메뉴는 런치스페셜격인 ‘ミニ会席’. 일본에서 고가의 음식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점심 특선 메뉴다. 고베규나 가이세키요리처럼 풀코스가 비싼 요리들은 점심시간 한정으로 저렴한 메뉴가 준비된 경우가 많다. 저렴하다곤 해도 풀코스에 비해서다. 니시진 우오신의 미니 카이세키 요리는 8,000엔 (15%의 서비스료가 별도고 보통 서비스료는 별도 책정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찻잔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교토다움>
<오차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잔>
<히나마쯔리의 히나모찌를 테마로 한 음식들>
시작은 당연히 전채인 사키즈케(先付. さきづけ)로 참깨두부. 세가지 색의 참깨두부로 ‘고마도후(胡麻豆腐)’라 불린다. 두부라지만 말캉말캉 흔들리는 모양새가 두유로 만든 푸딩에 가깝다. 두부 위 살포시 올려진 우니가 고급스럽다. 그런데 왜 두부가 세가지 색일까? 이유는 다름아닌 ‘히나 마쓰리(ひな祭り)’에 있다.
히나 마츠리(ひな祭り)는 여자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제로 매년 3월 3일이다. 교토의 요리에는 계절 뿐만이 아니라 그 시기의 전통행사들도 녹아있다. 히나 마츠리에는 온 가족이 히시모치(홍·백·녹 세가지 색의 떡을 포개어 만든 전통 떡)를 먹는 풍습이 있다. 이 시기에 사키즈케로 나오는 고마도후 또한 히시모치의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
국물요리인 완모리(椀盛, わん盛り) 역시 히시모찌를 응용한 3색이다. 전채인 사키즈케와 완모리 다음은 본격적인 요리인 무코즈케. 역시 손님 상의 맞은 편에 놓아둔다는 무코즈케로는 신선한 사시미가 제공된다. 소고기와 같은 마블링이 인상적인 오토로(참치뱃살)가 일품이다. 정갈한 반합 형태의 그릇 또한 품위가 넘친다.
다음 순서는 하치사카나(鉢魚, はちさかな)로 생선 요리. 구운 생선인 야키모노(焼き物)로 선택된 재료는 다름아닌 삼치(サワラ, 사와라). 그도 그럴 것이 삼치는 2,3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다.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는 가이세키 요리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바삭하게 구워진 삼치 한 마리는 ‘요리’로서 손색이 없다. 국내 선술집에서 흔하게 술안주삼는 삼치구이와는 격이 다르다.
<롤의 정체는 장어>
뚜껑이 있는 그릇인 후타모노에는 찜요리인 ‘무시모노’가 담겨져 나온다.
다음은 튀김인 아게모노(揚物 : あげもの). 재료만 튀긴 스아게가 아닌 튀김옷을 입힌 가라아게였지만 튀김옷은 본 재료의 맛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얇다. 바삭하한 고추나 오크라, 새우 또한 제철 재료. 전통이 느껴지는 소금 그릇도 인상적이다.
그 다음은 초밥 위에 얹는 재료를 잘게 썰어 초를 섞어 볶음밥처럼 만든 치라시스시[ちらし壽司, ちらしすし]. 역시 히라마쯔리에 먹는 음식이다. 연어알과 게살이 올라간 럭셔리한 치라시스시에도 계절에 맞추어 생강으로 만든 벚꽃이 올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과일인 미즈가시(みずがし). 자몽으로 만든 젤리다.
교토의 가이세키 요리에는 요리 단품 하나하나에도 일본의 전통과 생활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가이세키의 안주인인 오카미(女將)가 서브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이다. 다른 곳, 다른 시기에 맛 볼 수 없는 요리들을 먹으며 듣게 되는 이런 ‘스토리’야말로 교토 요리의 최고 매력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야말로 교토 전통 요리를 맛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시진 우오신(西陣魚新)
주소
602-8469 京都府京都市上京区中筋通浄福寺西入中宮町300
영업시간 런치 11:30~14:00 디너 17:00~22:00.
예약 필수로 전화 075-441-0753
[규슈2014] 호텔에서 야식까지? 도미인 구마모토 호텔 (0) | 2014.12.26 |
---|---|
[규슈2014] 규슈 렌터카 여행 _ 작지만 알찬 사가공항 (0) | 2014.12.09 |
[오사카2014] 현지인이 즐겨찾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후쿠타로' (0) | 2014.04.26 |
[오카야마2013] 안도 다다오 스타일의 정수, 다카하시 나리와 미술관 (1) | 2014.04.21 |
[칸사이2014] 샤워부터 스시까지~ 칸사이 국제 공항 100% 활용 팁! (0) | 201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