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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면 모두 닮아야하나?' 패밀리룩 유감

차고안이야기/디자인&디자이너

by _윤군 2012. 4.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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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K9에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코 패밀리룩이 적용되었고 현대차의 신형 산타페에는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되었습니다.

패밀리룩(Family Look).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낯설지 않은 말입니다. 말 그대로 같은 브랜드(패밀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게 성립되어 개별 모델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BMW의 키드니 그릴,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부터 기아 자동차의 호랑이코 그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자인요소에 적용하여 활용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딱 떨어지는 모양이 아니더라도 렉서스의 엘피네스 디자인과 같은 '디자인 철학'은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도 '아.. 어느 메이커구나'라고 알 수 있게 해주죠.


그래서 유감입니다.

우선 재미가 없다고 할까요? 멀리서 언뜻 보면 정확한 차종 구분이 어려울만큼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겼으니 말이죠. 학생들이 노페 점퍼만 입고 다니는 것과 별다른바 없다고 하면 너무 심할까요? 국산차야 택시로도 쓰이는 흔한 모델들인지라 아이캣처가 되지 않는 차들이긴 하나 구분의 단계가 기아차와 현대차로 좁혀지는 상황이죠.

필리핀 지프니가 명물이 된 것은 모두 개성있는 모습들로 다니기 때문인 것을 생각해보면 지루한 풍경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들이 비슷한 모델만 만들어 선보인다는 것도 소비자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다고 튜닝을 위한 소위 '깡통차'를 파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또한 그릴처럼 차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가 통일되다보니 신차가 출시되었을 때 깜짝 놀라는 신선함도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위장막을 씌웠어도 패밀리룩에 근거하여 대략 어떤 모양일지 예측 가능할 정도니까요.

또 다른 유감의 이유는 파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패밀리룩이 대세가 되기 전 기아나 현대만 해도 독특한 차량들이 출시되었죠. 조금 생뚱맞은 해치백이었던 현대차의 라비타라던지 4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인상적이었던 슈마와 같은 차들입니다. 옵티마 리갈이나 카스타, 마르샤 같은 차들은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였던 차들이 기억나네요. 

하지만 기아가 호랑이코 그릴과 날렵한 디자인을, 현대가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과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강조합니다.  K5와 K7이 닮아있고 소나타와 그랜저의 외관이 유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슈마와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의 차량을 출시할 수 있을까요?

 

 


물론 패밀리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녹여넣어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큰 틀에서의 통일이지 디테일한 요소들은 개별 모델들 특유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압니다.

다만 '패밀리룩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는 안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죠.

 

특히나 이제 패밀리룩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바라고 싶습니다.  두 브랜드는 양산모델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브랜드의 역사를 보여줄 히스토리컬 모델도 없고 기술이 집약된 슈퍼카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온통 패밀리룩으로 도배된 세단과 SUV 만 남을까 걱정되는 거죠.

메르세데스 벤츠에게는 300SL이라는 걸출한 역사적 유산을 재해석한 모델 SLS AMG가, 아우디에게는 기술력을 강조하려는 R8 이라는 슈퍼카가 있습니다. 폭넓은 라인업을 기반으로 패밀리룩에서 멀찍이 서있는 그리고 디자인 외적인 요소로 한 가족임을 강조하는 모델이 있는 셈이죠. 

패밀리룩이라고 전 차종에 강요할 필요도 없죠. 랜드로버는 몇 안되는 차종에 박스형 차체와 헤드램프 클러스터 등을 패밀리룩으로 고수하지만 이보크와 같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모델도 만들어내고 디펜더처럼 전통적 디자인을 고수하는 차종도 있습니다. 개별 모델이 가진 개성과 히스토리를 존중하는 것이죠.

 

 


패밀리룩이 무조건 동일한 형태의 그릴을 장착한다거나 비슷한 디자인에 크기만 줄이고 키우는 바리에이션룩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족임을 나타내는 것은 꼭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거지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우선 패밀리룩을 강조하기 전에 패밀리 트레디션, 가풍부터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자연스레 유감이 호감으로 바뀔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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