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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 보석' - 비엔나의 자동차전시회

차고밖이야기/카페피디아

by _윤군 2008. 2.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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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왔습니다.
모짜르트와 요한 스트라우스 등으로 유명한 음악의 도시고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이 많은 미술의 도시이기도 하죠.

빈에 머물러있는 기간동안 '기술박물관'에서 자동차 전시회를 했습니다.
이름하여 'Chromjubelen'
크롬쥬벨른..정도로 읽고 '은색 보석'정도의 의미가 되겠네요(제가 독일어는 모르니 틀렸다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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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기술박물관


 'Autos mit Geschichite - 자동차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 속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명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버 고스트'와 '실버애로우'등 자동차 역사를 말할 때 항상 거론되는 모델들부터 '부가티 베이론'까지 전 역사를 아우르는 이 전시회는 작년 10월 시작해서 오는 3월 2일까지 계속됩니다.

 우선 롤스로이스의 '실버고스트(Silver Ghost)'
 정식 명칭은 롤스로이스 40/50(Rolls-Royce 40/50)입니다만 그 모양과 성능에서 유래된 '은빛유령'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차죠. 지난해 미화 300만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팔렸던 1912년형 실버 고스트가 전시되었습니다. 실버고스트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은색도색 사양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직접 보기 어려운 차이니만치 만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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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실버고스트'


 직렬 6기통에 7036cc 엔진을 탑재한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는 1906년부터 1926년까지 20년동안 7,874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철저한 수작업으로 한대의 실버고스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개월정도가 소요되기는 하지만 24,000km의 내구성 테스트 주행 등을 아무 고장없이 끝마친 뛰어난 성능의 차입니다. 이동수단을 넘어서서 자동차가 가지는 '가치'를 만들어낸 명차로 롤스로이스에게 최고급 자동차브랜드의 명성을 가져다 준 차죠.


 또다른 은빛의 보석은 메르세데스 벤츠 W196 입니다.
 1954년과 1955년 벤츠의 F1 레이싱 머신으로 모터스포츠에서 부진하던 벤츠가 새로운 규정의 F1 레이싱에 사용하면서 부활에 성공했기에 더욱 의미있는 차입니다. 벤츠 레이싱팀에게 실버애로우(Silberpfeil)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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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애로우, 메르세데스 벤츠 W196


 2,496cc 직렬 8기통 엔진으로 257마력을 내는 W196은 그 유명한 스털링 모스와 후안 마누엘 판지오의 드라이빙에 힘입어 12번의 레이스에서 9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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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W196의 후면

 
 벤츠에게 화려한 부활을 가져다 준 명차지만 우승 후 곧바로 벤츠가 레이싱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차이기도 합니다. 유려한 굴곡이 정말 '이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음은 걸윙도어로 유명한 메르세데스 벤츠 300SLR Coupe 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300SLR 쿠페는 300SL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W196과의 일종의 변종입니다. 게다가 양산된 차량이 아니라 단 2대만이 제작된 희귀한 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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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윙도어의 시작 벤츠 300SLR


 그 중 한대는 벤츠의 수석 엔지니어인 '루돌프 울렌하우트'가 직접 승용차로 사용했기에 '울렌하우트 쿠페'라고 불리며 전시된 차가 바로 그 '울렌하우트 쿠페'입니다. 1950년대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가진 차이기도 하죠.

 다음은 벤츠의 천재 엔지니어였던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 박사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인 호르히의 명차입니다. 바로 호르히 951타입 풀만 카브리올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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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시작, 호르히 타입 951


 벤츠와 갈라선 호르히 박사가 만든 이 호르히社는 아우토유니온을 구성하는 하나의 회사로 현 아우디(AUDI)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릴에는 아우토유니온의 4개 회사를 상징하는 그릴뱃지가 붙어있죠. 이 951 타입은 호르히 라인업의 정점에 선 럭셔리카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1939년 생산된 5L 8기통엔진의 120마력짜리 차입니다. 독일 츠비카우시의 호르히 뮤지움에서 공수되온 차라고 하네요.

 이런 올드카들은 상당히 큽니다. 지금처럼 작고 강한 엔진을 만들기 전이라 꽤 큰 덩치를 가지고 있죠. 실제로 사람이 탑승하는 실내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데말입니다.

 이 오스트로-다임러 프린츠 하인리히 웨건만 봐도 엄청난 크기입니다. 영어식으로 '프린스 헨리'인 이 오스트로 다임러의 멋진 차는 그 유명한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엔진을 얹고 있는 차로 오스트로 다임러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1910년 생산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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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박사의 엔진을 얹은 프린스 하인리히 웨건


 후에 포르쉐社를 세운 포르쉐 박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죠. 그가 설계한 오버캠 엔진들을 얹은 차들이 각종 레이싱에서 우승하면서 포르쉐 박사는 물론 오스트로 다임러사도 명성을 얻게 됩니다. 후에 오스트로 다임러社가 독일의 다임러 벤츠社에게 포르쉐 박사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포르쉐는 오스트리아 브랜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스트로 다임러의 차를 한 대 더 보겠습니다. 오스트로 다임러의 마지막 차량인 오스트로 다임러 베르그마이스터입니다. 3,600cc급 엔진에 3,60rpm에서 120 마력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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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 베르그마이스터 스페셜 카브리올레

 
 1931년 데뷔하였지만 오스트로 다임러가 1934년 스타이어-다임러-푸치 社로 합병되었죠. 스타이어-다임러-푸치사는 매각과 분리 등 험난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현재 이 이름은 미국의 무기제조사인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사용하여 장갑차 등을 생산중입니다.

 호르히나 오스트로-다임러가 낯설었답면 약간 익숙한 메이커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입니다. 색이 예쁜 이 차는 알파 로메오 8C 2900 B Lungo 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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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로 나온 레이싱카, 알파로메오 8C


 전면 그릴에 알파로메오의 시그니처가 선명한 이 8C 2900 B 는 '도로위의 스포츠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알파 로메오의 8C 2900B Lungo는 밀레밀리아 경주에서 활약하던 모델을 일반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1938년 당시 가장 빠른 양산형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레이싱카가 이제 공도로 나오게 된 거죠.
 아.. 이름의 'Lungo'는 이태리어로 '길다'란 뜻으로 요즘 표현으로는 롱휠베이스 모델정도 되겠습니다.

 이번엔 프랑스.
 1894년 에밀 들라이예(Emile Delahaye)가 세운 프랑스 회사 들라이예社의 들라이예 타입 135 M Coup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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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표, 들라이예 타입135M


 다소 생소한 프랑스 회사 들라이예는 혼자 만든 차를 타고 경주에 나가던 에밀 들라이예가 1901년 만든 회사로 주로 트럭을 만들었고 1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된 회사입니다. 승용차도 제작하던 들라이예는 1935년 우아한 승용차를 내놓게 되고 그 모델이 타입 135입니다. 트럭에 실리던 강력한 엔진을 바탕으로 타입 135는 프랑스 내의 많은 레이싱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고 점차 강력한 모델로 개량되어 가는 와중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타입 135M 입니다.

 2차 세계대전때는 지프(Jeep)와 비슷한 군용차를 생산하기도 했던 들라이예社는 1954년 호치키스社에 매각되어 그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전시회니만치 오스트리아 메이커가 빠질 순 없겠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家의 마지막 황제인 카를1세가 탔다는 '마지막 황제의 차'를 만든 그라프앤스티프트(Gräf & Stift)는 오스트리아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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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황제의 마지막 차


 이 Gräf & Stift 40/50 1913년형은 7,400cc급의 차량으로 온통 황제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황제를 위한 차여서인지 2인승인데 운전석이 분리되어 있어 뒷칸에는 황제 혼자 탔었나봅니다. 의전용 차량이 아닐까 싶네요.

 다음은 포르쉐 356 1300 쿠페네요. 오스트로 다임러와 벤츠를 거친 포르쉐 박사가 1938년 만든 포르쉐社의 첫번째 양산형 모델입니다. 1948년부터 생산되어 1964년 개발된 포르쉐 911에게 그 자리를 넘겨줄때까지 78,000여대가 생산되었습니다. 전시된 차량은 이 중 356 1300 쿠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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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첫번째 양산차 포르쉐 365

 
  언뜻 비틀과의 유사점도 찾아볼 수 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는 포르쉐 356은 실제로 많은 부품을 비틀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르망 24시 등 많은 레이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포르쉐 356은 현재 사양에 따라 10만달러가 넘는 가격으로도 팔리고 있으며 환갑이 된 현재도 약 반정도의 포르쉐 356이 살아있다고 하는군요.

 다음은 '가장 아름다운 차'인 재규어 E-타입 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던 브랜드였던 재규어가 1961년 내놓은 스포츠카로 그 특이한 형태와 뛰어난 성능으로 1960년대를 대표하는 차가 되었습니다. 엔조 페라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움 차'라며 극찬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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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차, 재규어 E타입

 
 달리기 위한 스포츠카가 아닌 대중을 위한 그랜드투어러(GT)의 성격을 가진 차로 전시된 것은 1963년형 E-type 시리즈 1 입니다. 3.8L 6기통 XK6 엔진을 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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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차, 재규어 E타입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긴 차체를 흐르는 유려한 곡선은 지금까지 '라이온스 라인'으로 이어져 아직까지도 재규어를 아름다운 차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게 하고 있죠.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 유니언 잭으로 도색된 재규어 E-type 이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명차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페라리가 빠질 수 없죠.
  전통의 12기통 엔진을 단 페라리 250 GT 베를리네타 루쏘입니다. 클래식 페라리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모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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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250 GT 베를리테타 루쏘


진정한 '슈퍼카'로 손꼽히는 페라리 250 의 그랜드투어러인 GT 베를리네타 루쏘는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쳐 1962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했습니다. Lusso는 럭셔리하다라는 의미죠. 1960년대 GT카들이 그러하듯 뒤로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흔히 아는 1959년의 베를리에타 숏휠베이스 모델과는 다른 모델입니다.

 또 한대의 포르쉐가 있었습니다. 포르쉐 911 카레라 RS 2.7 입니다. 보통 카레라 GT가 익숙한데 RS? RS는 독일어로 'Rennsport', 즉 레이싱스포츠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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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 RS 2.7


 한정생산된 포르쉐 911 카레라 RS 2.7 은 911 시리즈 중에서 특히 콜렉터들에게 인기있다고 합니다. 전시회에 나온 이 놈은 '미카엘 피에히'가 드라이버였다고 하는군요.

 '벤틀리 보이스의 귀환'이라는 제목이 있던 벤틀리 스피드 8 입니다. 73년만에 이루어진 벤틀리의 레이싱 복귀죠. 2001년 르망레이싱에 데뷔해서 2003년 우승까지 한 머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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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의 귀환을 알린 스피드8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차체에 아우디의 4L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을 아우디 R8과 공유했었던 벤틀리 스피드 8 은 벤틀리의 레이싱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어디상 트랙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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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하게 새겨진 벤틀리의 로고


 같은 폭스바겐 그룹이니 아우디와 중복된다는 걸까요? 어쨌든 이제는 아우디 R10을 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특별전시인듯한 부가티 베이론입니다. 전시회 자료에도 없었는데 떡하니 전시되어 있더군요. 2005년 데뷔한 양산형 부가티 베이론입니다. 얼마전까지 가장 빠른 차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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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티 베이론

 총 34대, 베이론까지 35대의 역사적 자동차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사진으로만 접하던 좀처럼 보기 힘든 올드카부터 최근의 레이싱머신과 슈퍼카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자동차의 역사에 의미가 있는 새로운 차들과도 접할 수 있었구요. 오스트리아의 전시회여서인지 일본차와 미국차가 한대도 없다는 것이 아쉽긴 했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컴패니언걸은 없어도 좋으니 이런 볼꺼리와 배울꺼리가 있는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도 열렸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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