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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될까? - 자동차 PPL의 세계

차고안이야기/자동차마케팅

by _윤군 2009. 1. 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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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라는 드라마가 있죠. '꽃보다 남자'.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 연예면을 독차지하며 인기리에 방영중입니다. 구정연휴기간 우연히 스치듯 본 이 드라마에는 눈에 확 띄는 차가 등장했습니다. 로터스 엘리스SC(LOTUS Elise SC)더군요. 직접 보진 못했으나 엘리스 SC외에도 로터스 다수가 나온다고 하네요.

원작인 일본 만화로는 이미 봤기에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재벌집 아들래미들 네명, F4가 나오죠. 만화에서는 전용 보잉기(?)타고 미국도 가는 장면이 나오니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 비싼 스포츠카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같이 보던, 사실은 채널권을 장악하고 있던 여자 식구들...  엘리제SC의 특이한 모습을 보고 "저차는 뭐냐?"며 물었습니다. '로터스 엘리스'라고 짧게 답하며 '로터스는 영국의 회사로서...'를 덧붙이려는 순간 이미 차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녀들에게는 그저 비싼 외제차일뿐이고 그 차를 타는 주인공이 멋져보일 뿐인 것이죠.

2009년형 엘리스SC

강남거리에서도 한번 본 적 없는 이 차가 드라마에 단체로 등장한 것은 PPL(Product placement)때문이겠죠. PPL은 간접적으로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 협찬을 통해 슬며시 보여주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 PPL은 사전 기획 단계에서 이미 참여 여부가 결정됩니다. 차량과 비용을 투자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출연진과 대략의 줄거리만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때문에 불확실한 마케팅 방법이 되는 셈이죠. 대박을 기대한 드라마가 조기 종영될수도 있고 저렴(?)하게 투자한 아침드라마가 의외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죠...

PPL을 통해 제작을 하는 외주제작사가 드라마의 성공까지 보장할 순 없습니다. 떄문에 클라이언트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위해 차를 주차하는 장면이나 차로 걸어가는 장면 등 의도된 장면을 연출해주곤 합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간접광고 심의때문에 로고를 CG로 지운다던지 엉뚱한 모양을 붙어놓기도 합니다만 그게 더 눈에 띕니다. 어색하니까요. '떼루아'에 등장하는 푸조들도 로고를 바꾼채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모양새를 보면 금새 알 수 있죠.

실패하면 그대로 묻혀버리는 PPL이지만 반대로 성공할 경우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PPL 자체로 성공한 케이스가 제법 있죠. 대표적인 드라마는 닛산 큐브미니 쿠퍼가 등장했던 커피프린스입니다. 공유차와 이선균차로 불리면서 귀여운 이 두 차는 여성들의 위시리스트에 올라갔죠. 

커피프린스에 등장한 큐브



흰가운의 거탑갤러들로 유명했던 드라마 하얀거탑의 경우 김명민씨가 탄 크라이슬러 300C는 장준혁차로 불리며 많은 효과를 봤습니다. 드라마 초반 탔던 같은 회사의 크로스파이어에 비하면 대단한 성공이죠.
 

크라이슬러 300C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의 영화 PPL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007 시리즈. '본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더라도 '걸'과 '카'는 남자들의 주요 관심사니까요. 자동차 추격전이 빠지지 않는 액션영화는 차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이 즐겨보기 때문에 PPL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본얼티메이텀'의 폭스바겐은 영화 개봉에 맞춰 이벤트를 했고 '아이언맨'의 아우디는 아이언맨의 차고를 웹사이트로 꾸며 R8 등 영화속 자동차들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인기있는 액션 시리즈는 중간에 차를 바꿔타기도 합니다. 제임스 본드는 한때 BMW를 탔던 적이 있었고 트랜스포터의 제이슨 스타뎀은 2편부터는 아우디로 바꿔타고 있죠.

장르가 액션이 아니라도 인상적으로 차를 등장시키는 영화들은 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는 재규어 XKR이 등장합니다. 'Brand new Jaguar'라며 멋지다고 칭찬하는 대사는 물론 자동차 광고마냥 차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꽤 강한 인상을 남기죠. 경쟁이 심한 액션영화보다 나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재규어 XK


하지만 성공만 있진 않습니다. 재규어와 한식구인 랜드로버가 PPL을 한 김기덕 감독의 '비몽'은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라는 환상적인 커플을 내세웠음에도 흥행 성적이 좋진 않습니다. 당연히 영화를 본 관객이 적으니 영화속 랜드로버를 본 관객도 많지 않죠. 하지만 2월에 일본에서 개봉한다니 일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뮤직비디오 PPL은 어떨까요? 뮤직 비디오는 시선을 잡아끌만한 시각적 자극이 많이 필요하기에 멋진 차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심의에서도 공중파에 비해 자유롭기에 온갖 협찬제품들과 함께 등장합니다. 빅뱅의 마지막인사 뮤비마냥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벤틀리 플라잉스퍼 등이 떼로 등장하기도 하죠.

드라마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성일 경우, 차에 대한 이해도는 남자에 비해 낮을겁니다. 예를 들어 80만 카아 중, 동방신기 뮤직비디오의 차를 제대로 아는 팬은 많지 않을겁니다. 저도 글을 쓴 적 있는 퍼플라인의 재규어나 롱넘버의 애스턴 마틴은 그래도 많이 알려진 편죠. 하지만 알려짐과는 별개로 브랜드나 모델에 대한 인지도가 어떨지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애스턴마틴이 아닌 준수가 운전한 차일 뿐일지도. 이런 대목이 바로 PPL의 효과에 대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동방신기 '롱넘버' 뮤비의 애스턴 마틴 뱅퀴시S

앞서 이야기했든 PPL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단순히 차를 드라마나 영화에 PPL을 통해 협찬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등 홍보활동으로 보완을 합니다.

동방신기 '롱넘버'에 등장한 애스턴마틴 뱅퀴시 S 만소리 튜닝 모델은 지럭스에서 협찬한 것입니다. 뮤비 공개에 앞서 티저 형식으로 슬쩍 흘려지듯 공개된 스냅사진에 뱅퀴시가 등장하면서 관심을 끌었죠. 서두에 이야기한 꽃남의 경우도 카레이싱 장면이 방영되는 날에 맞추어 F4가 타는 차들이라며 보도자료가 나왔죠.

자동차를 보통 드라마 한편에 주인공이 이용하는 차로 집어넣으려면 1억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이런 PPL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가수나 탤런트 이외에는 모두 '배경'으로 보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강하기 때문이죠. 또한 PPL을 통해 노출시킨 차의 이미지가 주인공의 극중 역할이나 장면의 분위기와 안어울릴수도 있습니다. 노출은 되었지만 기존에 쌓아온 브랜드이미지와 다를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성공할 경우엔 투자비용 두, 세배의 효과가 있기에 어떤 작품에 어떤 장면에 어떤 모델을 넣을지는 자동차 홍보담당자의 끝나지 않을 과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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