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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십자가의 경건함 - 빛의 교회

차고밖이야기/윤군 in 일본

by _윤군 2010. 3.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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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에 반해 오사카로 간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빛의 교회'였습니다. 물론 오사카에는 스미요시 나가야도 있지만 핵심 코스는 빛의 교회죠.

노출 콘크리트 사이로 만들어진 빛의 십자가


빛의 교회를 처음 안 것은 작년 나오시마 베네세하우스에서였습니다. 베네세 파크의 홀에 걸려져 있던 십자가 사진을 보고 호텔 직원에게 물었고 그는 카페테리아에서 안도 다다오의 작품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작품집을 통해 오사카의 교회임을 알게되었죠.

신사가 넘쳐나는 일본에 '교회'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노출 콘크리트 사이의 틈으로 만들어지는 빛으로 만든 십자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히 보고싶었죠.

나오시마 베네세하우스에 걸린 빛의 교회 사진


교회는 이바라키의 기타 카스가오카에 있습니다. 네, 아시아나가 요즘 도쿄로 가는 새로운 길이라고 광고해대는 바로 그곳이죠. 오사카에서는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서 가야합니다. 정말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교회입니다.


1987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간 디자인한 끝에 만들어낸 빛의 교회는 직사각형에 벽 하나를 겹쳐놓은 형태입니다. 직사각형과 벽이 겹쳐지며 생기는 이중의 공간에 출입문과 창문 등을 배치하여 외부의 빛을 의도적으로 통제했습니다. 대신 거리를 향한 벽에 십자가 모양의 구멍을 만들어 그를 통해 빛이 교회 내부로 들어오게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빛의 십자가인 셈이죠.  

빛의 교회 스케치

최대한 단순화한 형태임에도 건축 당시에는 건축비가 부족하여 지붕을 안만들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형태뿐만이 아니라 스미요시 나가야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냉난방 장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 옆에 교회모임을 위한 신관 건물까지 있네요..

교회의 입구. 좌측이 본관입니다.

일요일에 방문하면 예배를 드린다는 조건하에 교회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예배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교회 안에 만들어지는 빛의 십자가가 달라지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안도 다다오가 말하는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장식없는 창백한 회색조의 노출 콘크리트에 하얗게 만들어지는 십자가와 진한 갈색의 삼나무 바닥에 드리워지는 빛의 여운은 그 어떤 조형물로도 따라갈 수 없을듯 아름답습니다. 교회 자체의 절제된 형태적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경건함은 사진으론 느낄 수 없는 것이죠..

중세 수도원같은 절제미가 느껴지는 공간들


교회는 아무때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예배가 있는 날에 예배에 참석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약같은 것은 필요없고 예배가 있는 스케줄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면 됩니다. JR 이바라키역에서 버스로 가는 방법도 자세히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길... 
http://www.asahi-net.or.jp/~NV3N-KRKM/index_e.html

거리에서 본 교회의 정면



예배에 가시면 환한 웃음으로 카요짱이 맞아줄거라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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