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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정종(正宗)이 만들어진 사케의 마을, 나다(灘)의 사쿠라마사무네(櫻正宗)

차고밖이야기/윤군 in 일본

by _윤군 2011. 2. 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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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베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곳 중 한곳이 술의 마을인 나다(灘)입니다. 뭐.. 술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지방을 알기위해서는 그 지방의 특색이 살아있는 술을... 쿨럭..-_-;

사쿠라엔의 현관



'고베 술마을'은 롯코라이너 '미나미우오자키(南魚崎)' 역에서 가면 편리합니다. 꽤 넓게 퍼져있는 양조장들의 한가운데 미나미우오자키역이 있기 때문이죠. 저처럼 호텔이 롯코아일랜드에 위치해있다면 더더욱 편리하죠. 오사카쪽에서 JR을 이용한다면 한신선의 우오자키역에서 내리셔도 됩니다. 마을 곳곳에 한글로 표기된 지도가 있으니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습니다.

모두 다 둘러보고(사실은 마셔보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어려운 이야기. 하지만 사쿠라마사무네(櫻正宗)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사쿠라마사무네야말로 정종을 만든 장본인이니까요.

벚꽃을 형상화한 사쿠라엔의 현판

판매장 내부

알록다록 이쁘장한 사케들



창업 초기에는 '신수(薪水)'라는 이름으로 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에도시대 말기인 1840년 6대 점주인 야마무라 다자에몬이 불교 경전에 쓰여진 '임제정종(臨濟正宗)'이란 말을 보고 '정종(正宗)'과 '청주(淸酒)'가 비슷하게 '세이슈'라고 음독되는데 착안하여 세이슈의 표기를 '정종'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음독과 훈독이 나뉘는 일본어의 특성상 '청주(淸酒)'를  '정종(正宗)'으로 쓰기 시작하며 정종의 훈독인 '마사무네'가 '세이슈'를 대신하게 된 것이죠.

이후 에도 시대에 전국적으로 '마사무네'라는 발음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너나 할것없이 많은 양조장에서 정종(正宗)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메이지시대가 되어 상표 등록이 제도화하면서 '마사무네'를 상표로 등록하고자 했으나 이미 일본술을 일컫는 보통명사로 인식되어버려 상표로 등록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수많은 마사무네와 차별화하기위하여 벚꽃을 앞에 붙여 '사쿠라마사무네(櫻正宗)'로 등록한 것입니다. 사쿠라가 옥호(屋號), 즉 가게이름이 된 거죠.

'고베사쿠라'라고 적힌 술

안주거리와 복어지느러미 등도 판매

사쿠라를 형상화했다는 화려한 조명

2층에서 내려다본 정경. 작은 정원이...




사쿠라마사무네 기념관인 '사쿠라엔'은 1995년의 한신대지진에도 끄덕없이 버틴 목조문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쿠라엔은 취향대로 시음하며 술을 고르고 구입할 수 있는 매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사쿠라마사무네 300년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해놓은 기념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쿠라엔 홈페이지

매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술과 안주꺼리를 살 수 있습니다. 고베규와 잘 어울린다는 라벨에 소가 그려진  BONDS WELL with BEEF 가 유명하죠. (720ml 한병에 2,100엔). 물론 저렴한 술도 많고 최근 추세에 맞추어 sweet한 맛의 제품도 많이 생산한다고 합니다. 패키지도 모던하게 바꾸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말이죠.

오래된 술제조 설비들

마시는 잔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는 사케답게 다양한 잔도 전시

옛 도구들도 한가득



2010년 10월에 새롭게 단장한 레스토랑 '산바이야(三杯屋)'는 이름대로 3잔의 술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각 계절에만 나오는 한정판 술도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가이세키요리나 폰슈 전골도 메뉴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2층 전시공간에는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전통적인 도구들은 물론 다양한 잔과 술병, 그리고 오랜기간 변화해온 라벨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술 광고를 위한 포스터들도 재미있는 볼거리.

마당의 대형 독(?)



그럼 이런 정종을 만드는 양조장들이 왜 나다에 모여있을까요? 나다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롯코산에서 시작되는 미야미즈(宮水)라는 물은 술을 담그는데 최고라고 평가됩니다. 이곳의 물만 가지고 가서 술을 담궈도 술맛이 바뀐다라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효고현에서 나오는 술을 담그기 위한 쌀인 '야마다니시끼'도 한몫하고 있죠. 또한 나다에서 만들어진 술을 에도로 옮기기 위해서는 항구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지금의 고베항으로 발전하게 된 거죠.

나다에서는 사쿠라마사무네 외에도 국가지정 중요유명민속문화재이기도 한 전통 주조기법 '기모토스꾸리'를 볼 수 있는 기쿠마사무네와 같은 다른 유명 양조장들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뛰어난 자연적 조건과 상업적 조건 때문이죠. 그리고 이곳의 40여 양조장이 일본내 전통술 생산의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위치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기쿠 마사무네 홈페이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고 소고기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한 고베. 하지만 사케의 본고장으로서의 고베도 꼭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붉은쌀로 만든 보통주와 막걸리의 대항마 니고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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